핏물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다시 달리려다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졌다. 그의 시선은 전면에 있는 한 그루 거목을 향해
있었다. 육순 가량의 황의노인이 기대어 서 있었다. 두 눈은 무섭게
부릅뜨여진 상태였다. 이사시체크사항 장검 손잡이에도 한 마리 붉은 뱀이
살아 있는 듯 생생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엽소군은 망연한 신음성을 흘려
냈다. 것 외에 엽소군은 노집사에 대해 아는것이 없었다. 가지 안다면
노평이 평소 엽소군 자신을 마치 친손자처럼 끔찍이 귀여워해 주었다는
것뿐이었다. 충격이 거듭되자 이제는 놀람보다도 죽은 사람들에 대한
동정이 왈칵 솟구침을 느꼈다. 해도 이건 보통 악몽이 아니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시작했다. 폭우 속에서 엽소군은
미친 듯이 헤매었다. 물류컨테이너 뇌성과 번개가 천지를 찢어발기듯
작렬했다. 이사홈페이지 장원의 대문이 들어왔다. 그쪽으로 달리며
엽소군은 또 몇 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그가 심심할 때마다 말벗이 되어
주던 정원지기 막노인도 있었고, 늘 잠자리를 보살펴 주던 취아주머니,
언제나 사람 좋게 껄껄 웃던 뚱보 아저씨도 예외 없이 끼어 있었다. 없어 이
집에는 지금 나 혼자만 살아 있을 뿐이야 밖을 나서는 엽소군의 뇌리에
번쩍 스친 생각이었다. 방금 저녁 식사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사람들이
모두 죽어 있는 것이다.
전라남도 화순군 춘양면 대신리 58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