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하고 그보다 먼저 보여 줄 게 있다. 그가 앉은 태사의가 빙글 뒤로 회전했다. 뒤쪽
벽면이 좌우로 갈라지더니, 그 뒤로 하나의 통로가 나타났다. 앉아 있을 땐 몰랐는데, 정작
몸을 일으키자 그는 매우 체구가 큰편이었다. 철탑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백무결과 한
차례 시선을 묵묵히 주고 받은 뒤 백리허도의 뒤를 따랐다. 폭 십여 장의 이 동굴은 끝없이
길었는데, 사방에 꽂혀 있는 보주로 인해 그리 어둡지는 않았다. 백무결은 걸으면서 내심
감탄했다. 시야에 닿는 범위 내의 온갖 종류의 보주들만으로도 능히 한 지방을 뒤흔드는
거부가 되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차 한 잔 마실 시각만큼 걸었을까
설유흔과 백무결도 걸 음을 멈췄다. 가로막고 있었다. 황동문의 상단에는 은박의 글씨가
보였다. 설유흔은 눈을 크게 뜨고 은박의 글씨를 바라보았다. 사무실용달 안에 모든
학문이 있다는 의미였다. 자극해 오는 냄새, 그것은 오래 된 고서 古書 특유의 서향이었다.
뒤따라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눈이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크게 떠졌다. 일견하기에도
수만 권이 넘는 고서가 가득했다. 이게 전부 책이란 말인가 정말 이 곳에 모든 학문이
있다는 말이 맞긴 맞군. 티비이사 놀라 방 안을 둘러보았다. 모조리 이 곳에 모아 둔 것이
아닐까 諸子百家 는 두말 할 것도 없고 대학유들조차도 읽기를 꺼려하는 경사총람,
상본혜경 같은 상경, 그 밖에 기관건축, 수리성복, 기문잡서 등등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다.
경상남도 밀양시 상남면 마산리 504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