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안으로 들어가려무나. 본 후에 들어가겠습니다. 오피스이사 그의 눈가에는 어느덧
비애를 대신해 대견스러워 하는 빛이 가득 담겨 있었다. 몸조심 하거라. 영호천은 몸을
홱 돌려 곧장 산 밑으로 내려갔다. 그런 부친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사라져
버리자 영호걸은 나직히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방향을 재차 힐끗 바라
보고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일찍 일어났다.
산은 어제 오후부터 내린 눈으로 인해 전부 은백색으로 화해 있었다. 소형이삿짐
아름다움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줄 알았더라백설이 천지에 가득히 세상을
덮었노라그 위에 해가 떠오르니 묵인의 마음이 단아해져, 일출을 마주 하며 실백의 흥이
솟는도다아아 이백인들 왕유인들 오늘 아침에, 어찌 시 한 수 읊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영호걸은 새삼스러운 감흥에 빠져 들고 있었다. 한 수를 더 읊으려고 목소리를 가다듬는
찰나였다.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당목리 17524
쌓인 마당에는 놀랍게도 점점이 핏자국이 뿌려져 있었다. 대신 그의 심중에는 일말의
두려움과 함께 야릇한 호기심이 들어 앉았다. 자나 되게 쌓여 있었다. 소형컨테이너 눈이
그친 다음에 떨어진 것 같은데 어찌하여 근처에 발자국이 하나도 없을까 누가 보더라도
기이한 현상이었다. 영호걸은 고개를 돌려 핏자국이 지나간 자리를 살펴 보았다. 거두어
자신의 집 마당으로 들어온 핏자국을 따라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