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시니 실로 부끄러운 일이외다. 동안 귀사의 장경각에서 수심양덕하시며 영원히
세상 밖으로 나오시지 않으신 줄로 알고 있는데 속세에 발을 내디디신 것은 무심
도형의 일 때문이 아니신지 그리고 무의 도형은 어찌 보이지 않으시오
소형원룸이사 그의 말을 줄곧 듣다가 끝내 무의라는 두 자가 들리자 하얀 두 눈썹을
위로 쫑긋 뻗쳐 올리며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움찔 놀라 주저하고 있을 때
노화상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물으시니 빈승이 말씀을 해 드릴까 하오. 빈승이
이번 속세에 발을 내딛은 까닭은 역시 무심 사제의 피살에 대한 내막을 살피고자 한
것이었소. 그런데 여러분께서 폐사에 왕림하신다는 소문이 나돌기에 그 사건을
속히 해결하려고 여기까지 달려왔소. 당세일은 이해하지 못하겠소이다.
말해서 빈승은 이미 무심 사제를 죽인 범인이 황보 공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힌 뒤
여러분께서 공연히 폐사까지 오시느라 헛수고를 하지 않을까 하여 달려온 것이오.
그런데 마침 여러분께서 황보 공자와 격전을 벌이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구려.
그리고 빈승이 이번에 하산할 때 폐사의 팔십 명 제자들을 출동시켜 천성오에서
만나기로 했소. 포장이사저렴한곳 중에 가장 신분과 위명이 높은 무문 장로가
난데없이 그곳에 나타났다는 것도 특이한 일이지만, 그가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은
말에는 도저히 의아한 생각이 들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전라남도 나주시 문평면 산호리 58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