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찬히 되짚어 보았다. 머릿속엔 잘 훈련된 병사들이 줄을 맞춰 도열하듯
사건의 장면 장면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이사용달가격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 붉은 종이 쪽지를 봇짐에서 꺼내었다. 글이다. 수 없이 종이 쪽지
보는 것은 뒤로 유보하고 흑의 黑衣 의 소매를 살폈다. 댄 천은 본천보다
뒤에 쓰였음이 분명할 텐데 색이 좀 더 바래 있었다. 정도 정리되자 귀철이가
쓰다만 서신을 가져다 자신의 생각을 적어 넣었다.
입을 열었다. 장비이사 하더라도 노부를 뺄 생각은 하지 마시오. 알겠소이다.
사건과 관련된 일이라면 어딘들 못 가겠소. 이삿짐센터비교견적 약속을
기어코 지킬 모양이었다. 소림사에 가셔서 추금과 연배가 비슷한 고수 중
벽전장과 빙장을 주로 사용하는 자들을 알아봐 주시오. 되겠군요. 없더라도
가급적이면 비밀 리 하는 게 좋겠습니다. 대답했다. 함께 무산각에 가있게.
표국에서 따로 연락을 할걸세. 겁니까 귀철이가 서신을 가슴 품에
갈무리하며 물었다.
대전 유성구 원신흥동 34192
나도 한 달 후쯤 무산각으로 갈 터이니 인연이 있으면 또 볼 걸세. 후에
그리로 가겠소. 탁영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갈곳이 정해지자 각자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10평포장이사 그때였다. 장비이사
공유걸이 한마디씩 주고받았다. 소란스러워 지더니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공유걸과 탁영수의 눈빛이 마주쳤다. 품속에서 서신을
끄집어내었다. 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늦가을 소나기 치곤
빗방울이 굵었다. 아마 이 소나기가 그치면 가을은 내년을 기약하고 물러갈
게 분명했다. 묵은 때를 벗겨 내듯 목욕을 즐기는 것 같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짐 실은 수레와 마차 그리고 표사들의 분주함이
있었으나 지금은 휑그라니 문만 열려 있을 뿐 음울한 빗소리만 오고가고
있었다. 앞마당에는 아무리 비가와도 갈무리된 물품들이 군데군데 쌓여있기
마련인데 오늘은 그것도 깨끗이 치워져 있어 마당은 황량하게 넓어 보였다.
있어야 할 자리에는 이 백여 명의 무사들이 침묵을 지킨 채 장승처럼 도열해
서 있었다. 장비이사 조금 산만해 보였지만 그것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황의를 입은 자들이 기준처럼 중간 중간에 박혀있어어느 정도의 절도는
잡아놓고 있었다.
인물황의에 철쌍봉을 움켜쥔 양철두였다. 이사비용비교 무사들 앞을 천천히
왔다갔다하고 있었는데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의 애병기인 쌍철봉에 달린 두
개의 철 고리가 박수치 듯 철렁대고 있었다. 장비이사 정순을 정점으로 하여
좌우에 여인모와 고염이 서 있고 그 옆으로 다섯 명씩 도합 열 명의 황의
무사들이 서 있었다. 또한 창고 안의 무사들처럼 침묵한 채 열려진 정문 넘어
쏟아지는 빗줄기 속을 응시하고 있었다. 처마 밑에 늘어선 사람 중에 한 명이
나직이 뇌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