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지 않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다. 잔비에게로 시선이 옮겨졌다. 약국이사
소름끼치도록 무섭게 굳어지며 살기 殺氣 로 뒤덮임과 동시에 공손하던 그의
행동과 어투가 싹 바뀌었다. 흐흐 그래 그렇다면 길게 말하지 않겠다.
모습이었다. 돌연한 잔비의 태도 변화에도 무표정하기 그지없었다. 새파란
광채가 음산하게 뿜어졌다. 분명 뭔가를 읽고 있었어. 아주 조그만 종이쪽지를
말이야. 물론 그것이 주먹밥 속에서 나왔다는것도 알고 있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잔비는 징그럽게 웃으며 설유흔과 백무결에게 접근해 왔다.
않았다면 너희가 우리와 함께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그 종이쪽지 때문일 것이다.
이사창고 설유흔과 백무결은 여전히 태연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삿짐박스대여
종이쪽지에는 너희 두 사람이 보다 확실히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적혀
있었을 것이다. 지배해 온 잔비의 풍부한 경험과 관록에서 비롯된 추측이었다.
전라남도 고흥군 포두면 상대리 59524
사태의 흐름을 여지없이 간파하고 있었다. 이사창고 백무결은 창가 쪽에서 약간
의외라는 듯한 신색으로 잔비를 응시하고 있었다. 내용이 무엇인지 말해
주어야겠어. 이삿짐맡기기 차갑게 말을 꺼냈다. 안은 터질 듯한 긴장과 살기의
기운으로 뒤덮였다. 바로하고 앉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빛나며 설유흔의
얼굴을 주시했다. 궁금했던 것이다. 기괴하게 변화를 일으키더니,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웃음을 보았기 때문인데, 뜻밖에도 설유흔의 웃음은 매우
부드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