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겨 나오고 있었다. 향기였다. 엘리베이터이사 냄새를 맡아 보던 용태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인 앞에 떨어뜨리면 여인이 스스로 따라오기라도 한단
말인가 수 없는 일이었다. 구곡천수박으로 인해 숱한 여인들에게 시달림을 받게
될 줄 용태옥이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때 섭경은 혈악대별부의 입구에서
용태옥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구석으로 은근한 기대감이 드는 것만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비정하고 냉혹한 살객이라지만 그 역시 인간임에는 틀림없는
것이다.
있는 것들은 하나같이 절세의 기보들이다. 걸어 나왔다. 전자제품이사 그는 잔뜩
위엄을 부리며 섭경에게 무엇인가를 내밀었다. 나의 조그만 성의이니 받아 두게.
이삿짐이사짐 흡사 걸레 조각처럼 너덜거리는 책자, 바로 화화색학대보였다.
미친 듯이 변해 갔다. 주는 책자를 받아 드는 그의 손조차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날 이놈이 아예 나를 미치게 만들려고 작정을 했구나 삭이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는 책을 우악스럽게 움켜쥐며 용태옥에게 내던지듯건네 줬다.
경상북도 영천시 고경면 고도리 38904
선물은 사양하겠소이다. 이삿짐이사짐 안타까운 표정으로 혀를 찼다.
런닝머신이사 쯧쯧 책을 이렇게 구기다니 섭경, 내 자네에게 한 가지 교훈을
내려야겠네. 부라리며 훈계조로 말했다. 되려면 종이 한 장, 풀 포기 하나라도
소홀함이 없어야 하네. 그런데 이 귀중한 책을 이렇게 못쓰게 만들어놓다니 번
훑어본 뒤 말을 이었다. 어제 써 준 전표를 돌려받아야겠네. 종잇장처럼
일그러졌다. 끄덕였다. 천 냥짜리 전표 말일세.
벌어진 채 닫혀질 줄 몰랐다. 이삿짐이사짐 아무렇게나 몇 자 긁적인 종이쪽지는
이미찢어 버렸으니 꼼짝없이 황금 천 냥을 물어내야 할 판이 아닌가 용태옥은
정색하며 손을 내밀어 재촉했다. 냥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미치기 일보
직전인 것이다. 입술을 꿰뚫고 상처 입은 맹수의 울부짖음과도 같은 괴성이 터져
나왔다. 창고가격 가르며 미친 듯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상종을 하지 않으리라
저놈의 얼굴을 보느니 차라지 죽고 말겠다 한편 용태옥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실소를 흘려냈다.
이것은 내가 천해대군벌을 떠나는 인사이니 너무 허물치 말게. 이삿짐이사짐
그의 등뒤로, 이제야 동녘에 떠오른 게으른 태양이 따사로운 햇살을 보내 왔다.
상쾌한 아침이었다. 보관이사금액 것이라곤 모조리푸른빛뿐이다. 파도는 시원한
바닷바람에 실려 끝없이 밀려 나간다. 햇살 아래 한 척의 범선이 창해를 가르며
미끄러지고 있었다. 기폭에 미칠 광자가 수놓아진 깃발이 불어 오는 해풍에 기분
좋게 펄럭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