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는 귀가 따갑도록 악명을 떨쳐 온 밤비 속의 붉은 늑대였다. 잔비는 온몸의
모든 신경을 손끝의 비수에 집중시켰다. 비수만 있다면, 잔비는 이 세상의 어느
누구라도 간단히 죽일 자신이 있었다. 잔비는 자신의 손에 비수만 있었다면 결코
설유흔을 형님이라고 부를 필요조차 없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바뀌었다. 설유흔을 향해 느릿하게 접근하며 비수를 흔들었다. 테이블보관 광채를
발하는 비수는 마치 독사의 혓바닥처럼 경쾌하게 움직였다. 마치 쇳덩이를 녹여
만든 철의 얼굴처럼.
단 한 차례 힐끔 응시했을 뿐, 계속 잔비의 눈을 주시하고 있었다. 사무실전문이사
열어 메마른 일성을 흘려 냈다. 비수 끝이 흔들리고 있다. 컨테이너창고임대료 마,
이 자식아 잔비의 비수가 또 한 번 칼바람을 일으켰다. 전진하자, 설유흔도 다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짧았다. 숨통을 끊을 수도 있으며, 반면에 그한 번의 동작으로
오히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거리였다. 두뇌는 무섭게 회전하고 있었다.
경상북도 구미시 선산읍 화조리 39108
눈도 맞춘다는 비도탈명 혈견휴였다. 이삿짐화물차 바람 소리를 냈다.
사무실전문이사 등이 부딪쳤다. 득달같이 덮쳐 들며 수중의 비수를 번개 줄기처럼
뻗어 냈다. 사방으로 찢겨 나가며 울어댔다. 기침 소리는 누구의 입에서 나온
것일까 비수가 불꽃을 일으키며 뚝부러져 나갔다. 기회, 어느 누구라도 이 기회를
놓칠 바보는 없었다. 잔비는 고스란히 먹이가 되고 말았다. 이빨을 감추고 있었다.
잔비는 절대로 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머리는 그 순간 무섭게 회전했고, 이미
그 생각 이전에 그의 몸은 반대로 피해 가고 있었다.